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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이야기] 타임뱅크, 모두가 윈윈하는 호혜 공동체입니다.

관리자

2021년 9월 29일

모델 창안한 에드거 칸 박사

경북 구미 도량동의 한 마을.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전해주거나 병원에 바래다주고 말벗이 된다. 이들은 봉사한 시간에 따라 ‘사랑 고리’라는 지역 화폐를 받고 그 화폐로 물건을 사거나 미용 청소 교육 등 서비스를 받는다.

구미요한선교센터 설립자 김장호(85) 성공회 신부가 2000년대 초반 도입한 사랑 고리는 에드거 칸(83) 박사의 타임뱅크 모델을 기초로 하고 있다. ㈔타임뱅크코리아(손서락 대표)는 이달 초 정책자문을 위해 대만 신타이페이시를 찾은 칸 박사를 서울로 초청했다.

“자원봉사는 수혜자와 봉사자라는 명백한 구분이 있습니다. 타임뱅크는 그 벽을 허물고 동등한 관계에 서게 합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칸 박사는 타임뱅크를 이같이 설명했다. 수혜자 입장에서는 봉사자의 도움에 미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미안함은 봉사에 대해 일종의 시간 화폐인 ‘타임 달러’를 제공함으로써 덜 수 있다.

칸 박사는 “타임 달러라는 보상은 수혜자가 단순히 받기만 한다는 의존적 모습을 없앤다”며 “봉사자에게는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처럼 돕는 이가 낮아지는 겸손함을 지니게 한다”고 설명했다.

타임뱅크는 수혜자와 봉사자의 관계를 지속시킨다. 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타임뱅크를 통한 서비스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소년이 이웃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이는 데이터로 축적된다. 다른 수요가 그 소년이 사는 곳과 가까이 생길 때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소년을 봉사자로 추천한다. 책 읽어주기를 자주 신청하는 아이라면 그 소년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타임 달러는 모든 봉사의 경중을 시간으로만 따진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고 타임 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 초등학생은 타임 달러를 이용해 중학생으로부터 수학을 배운다. 고학년이라고 해서 더 많은 타임 달러를 받지 않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고문으로 빈곤과 기아 해결 정책을 주도한 칸 박사는 돈만으로는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1980년대 타임뱅크 모델을 고안했다. 칸 박사는 “청소년 탈선 문제와 노인 소외 문제는 공동체와의 관계가 회복될 때 해결할 수 있다”며 “시장경제는 희소할수록 가치를 두지만 타임뱅크는 물과 공기, 사랑처럼 자원과 감정을 소중하다고 인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타임뱅크는 32개국에 500여개 기관을 두고 있다. 기관 중에는 교회도 여럿 있다. 뉴욕 타임뱅크는 회원이 3000명을 넘고 연간 5만8000시간의 화폐 교환이 일어난다. 칸 박사는 한국 교회가 타임뱅크 모델로 공동체를 가꿔나가기를 바랐다. 그는 “모세는 금송아지 앞에서 춤을 추는 백성들을 보고 십계명이 적힌 돌판을 깨뜨렸다”며 “교회는 황금이라는 우상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국민일보]
[원본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2952&code=2311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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